폭염에 창문까지 뜯었다…선풍기도 소용없는 쪽방촌 현실

“너무 더워서 창문을 다 뜯어버렸어요.”
처음엔 잘못 들었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선풍기를 틀어도 방 안이 30도를 훌쩍 넘는다는 말을 듣고 나니, 그 선택이 왜 나왔는지 조금은 이해가 갔습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장마 얘기뿐이었는데, 날씨가 갑자기 확 바뀌었습니다. 밖에 잠깐만 서 있어도 숨이 턱 막히고, 밤이 돼도 열기가 쉽게 빠지지 않죠.
에어컨이 있는 집에서도 힘든데, 냉방비가 부담돼 선풍기 하나로 여름을 버텨야 하는 사람들은 어떨까요. SBS 보도에 나온 서울 용산구 쪽방촌 모습은 ‘덥다’는 말로는 다 설명이 안 됐습니다.
방 안보다 공원이 낫고, 모기가 들어와도 창문을 떼는 편이 낫고, 하루 종일 선풍기를 틀어도 나오는 건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뜨거운 바람.
폭염이 불편함을 넘어 생존 문제가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선풍기를 틀어도 방 안은 30도를 넘었다
서울 용산구의 한 쪽방촌. 주민들은 낮이 되면 방 안을 나와 공원으로 모였습니다.
공원에는 온열질환을 막기 위한 쿨링 포그가 물안개를 뿜고 있었고, 사람들은 의자에 앉아 부채질을 하거나 웃옷을 벗은 채 더위를 식혔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집 안이 더 더웠기 때문입니다.
에어컨은 전기료부터 걱정해야 하고, 선풍기는 뜨거운 공기만 돌렸습니다. 결국 조금이라도 바람을 끌어들이려고 창문을 아예 떼어낸 주민도 있었습니다.
차라리 바깥이 더 시원한 집
보통은 더우면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에어컨을 켜거나, 샤워를 하고, 잠깐이라도 누워 쉬죠.
그런데 쪽방촌에서는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방 안이 너무 뜨거워 바깥으로 나가야 했습니다.
벽과 지붕이 낮 동안 열을 잔뜩 머금고 있으면 해가 진 뒤에도 쉽게 식지 않습니다. 작은 방에 공기까지 잘 돌지 않으니 선풍기 바람도 금세 뜨거워집니다.
결국 공원 벤치와 그늘, 잠깐씩 뿜어져 나오는 물안개가 여름 피난처가 됐습니다.
시장 상인들도 하루 종일 ‘버티기’
폭염은 집 안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도 하루가 길어졌습니다.
망원시장 생선 가게에서는 얼음을 계속 퍼부었습니다. 잠깐만 방심해도 생선 상태가 눈에 띄게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손님은 줄고, 물건은 빨리 상하고, 얼음값과 관리 부담은 늘었습니다.
상인이 남긴 말은 짧았습니다.
“요즘은 그냥 버티기하고 있어요.”
장사가 잘되느냐보다 오늘 하루를 어떻게 넘기느냐가 먼저가 된 셈입니다.
무더위쉼터를 찾는 사람이 늘어난 이유
서울 시내 무더위쉼터에도 발길이 늘었습니다. 경로당과 주민센터, 복지시설처럼 에어컨이 나오는 공간에서 잠깐이라도 쉬려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은 어르신에게 한낮 외출은 그 자체로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집 안이 시원한 것도 아니니, 쉼터가 사실상 여름 생명줄이 됩니다.
| 폭염 취약 상황 | 왜 더 위험한가 |
|---|---|
| 쪽방·반지하 등 열이 빠지지 않는 주거 | 밤에도 실내온도가 쉽게 내려가지 않음 |
| 고령자·만성질환자 | 체온 조절 능력이 떨어져 온열질환 위험이 큼 |
| 시장·공사장 등 야외 노동 | 열기에 장시간 노출되고 휴식이 어려움 |
| 냉방비 부담 가구 | 에어컨이 있어도 충분히 사용하기 어려움 |
폭염은 누구에게나 똑같지 않다
“더우면 에어컨 켜면 되지.”
누군가에겐 쉬운 말이지만, 모두에게 가능한 선택은 아닙니다. 냉방기기가 없는 집도 있고, 있어도 전기료가 무서워 마음껏 켜지 못하는 집도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35도라도 누군가는 불편하고, 누군가에겐 정말 위험합니다.
폭염 뉴스가 해마다 반복되는데도 쪽방촌 취재가 매년 비슷하게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순히 선풍기 몇 대를 나눠주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냉방비 지원, 단열과 환기 개선, 밤에도 머물 수 있는 쉼터, 취약가구 안부 확인.
하나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생활환경 자체를 함께 손봐야 합니다.
더위 먹기 전 나타나는 신호
폭염에는 “조금만 더 참자”가 제일 위험할 수 있습니다. 특히 두통과 어지럼증, 메스꺼움이 같이 오면 바로 쉬어야 합니다.
- 갑자기 어지럽고 머리가 아픔
- 땀이 지나치게 많이 나거나 반대로 땀이 멈춤
- 기운이 빠지고 다리에 힘이 풀림
- 속이 메스껍거나 구토 증상이 생김
- 말이 어눌해지고 의식이 흐려짐
- 피부가 뜨겁고 체온이 급격히 오름
주변에 혼자 사는 어르신이 있다면
폭염이 이어질 때는 전화 한 통이 꽤 중요합니다.
에어컨을 켰는지, 물은 충분히 마셨는지, 오늘 밖에 나갈 일이 있는지.
별것 아닌 질문처럼 보여도 혼자 지내는 어르신에게는 도움이 됩니다. 특히 낮 동안 연락이 되지 않거나 평소보다 말투가 처져 있다면 한 번 더 살펴보는 편이 낫습니다.
댓글보다 먼저 봐야 할 것
기사 댓글에는 교도소 에어컨 문제나 복지 예산, 개인 책임 이야기가 뒤섞였습니다. 일부는 취약계층을 탓하는 내용까지 이어졌고요.
그런데 이 장면에서 먼저 볼 건 따로 있습니다.
선풍기를 틀어도 30도가 넘는 방에서 사람이 실제로 살고 있다는 점. 더위를 피하려 창문을 떼고, 집보다 공원 벤치를 선택했다는 점입니다.
폭염 문제를 정치적 감정싸움으로 돌리기 전에, 지금 누가 가장 위험한 환경에 놓여 있는지부터 보는 게 맞지 않을까요.
결국 여름은 버티는 사람이 따로 있다
누군가는 에어컨 온도를 26도로 할지 24도로 할지 고민합니다.
누군가는 전기료가 무서워 리모컨을 들지 못합니다.
또 누군가는 선풍기를 틀어도 뜨거운 바람만 나와 창문을 뜯습니다.
같은 여름을 보내고 있지만 체감하는 무게는 전혀 다릅니다.
올해도 폭염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무더위쉼터를 더 쉽게 찾을 수 있게 하고, 냉방비 지원이 실제 필요한 사람에게 빨리 닿게 하고, 혼자 사는 취약가구를 자주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해 보입니다.
서울 쪽방촌에서는 선풍기를 틀어도 실내온도가 30도를 넘는 방이 있었습니다.
더위를 피하려 창문을 떼고 공원으로 나오는 주민도 있었습니다.
폭염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주거와 소득에 따라 위험이 달라지는 생존 문제에 가까웠습니다.
자료 기준: 2026년 7월 12일 SBS 폭염 현장 보도. 기사 댓글의 혐오·정치적 표현은 본문에서 제외했습니다.